포인트저널

 

 

 

(포인트저널=이주형 기자) 도쿄에서 멀지 않은 산골 마을, 심부름일을 하며 혼자 딸 하나(니시카와 료)를 키우는 타쿠미(오미카 히토시)의 삶의 균형은 어느 날, 마을에 글램핑 시설을 건설하겠다는 연예 기획사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개최한 설명회 자리에서는 당연하게도 고성이 오간다. 글램핑장 건설로 인한 경제적 효과와 마을 환경 파괴 등 두 가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어느 한 쪽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연예기획사는 화합을 위해 타쿠미를 글램핑장 관리자로 채용하겠다며 그를 회유한다.

 

 허를 찌르는 서사와 따뜻한 위로로 관객의 마음을 이끄는 작품으로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 받는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3월 27일 개봉한다. 전작 <드라이브 마이 카(2021)>의 음악감독인 이시바시 에이코의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에서 확장된 이번 작품은 1급 청정수가 흐르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는 강렬한 미장센을 선보인다.

 

 다소 특이하고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제목에도 이러한 정황이 녹여져 있는데, 감독인 하마구치 류스케는 아무 의미 없이 지은 제목이라고 농담하듯 말하면서도 "관객이 영화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이어지는 자연에서 선과 악이라는 통념이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타쿠미 역을 맡은 주연배우 오미카 히토시도 주목할 만 한데, 감독의 전작 <우연과 상상>의 스태프로 활동했던 그는 원래 배우가 아니었다. 촬영을 위해 카메라 테스트를 진행하는 하마구치 감독이 대역 역할의 오미카 히토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지는 얼굴을 가지고 있어 그를 캐스팅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하마구치 감독은 처음 퍼포먼스 영상 제작을 의뢰받고 개인적인 생활 공간에 도시 경제의 논리가 들어오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 눈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을 좇아 환경 파괴 등 장기적인 상황을 생각하지 않는 현실의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외지인이 원주민의 영역에 들어와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존 원주민을 몰아내려 하는 모습은 어딘가 익숙하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의 글램핑장 설명회 장면에서 마을 주민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 상류에서 하는 일은 어떻게든 하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일갈해 이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앞서 이야기했든 명확한 선과 악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관객의 입장으로 한 걸음씩 따라가다 보면 자신만의 답, 자신만의 '자연스러움'을 찾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월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