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듣는 음악의 중요성을 되새기다.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그저 만나는 영화 ②>
- 이주형
- 2024-04-12 18: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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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노시스의 디자이너 오브리 파월이 핑크 플로이드의 커버를 들고 있는 모습.
파월은 왜 앨범 커버에 젖소가 있냐는 질문에 "왜 안돼?"라고 답하며 당대의 고정관념을 깼다./출처:TMDB
(포인트저널=이주형 기자) 터치 몇 번으로 쉽게 음악을 듣는 시대다.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 등 플랫폼으로 원하는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심지어 취향에 맞는 음악까지 추천 받아 듣는 모습이 이제는 당연해졌다. 실제 음반을 구매해 처음부터 음미하기 보다는 한번 듣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소비' 개념이 더욱 익숙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에 대응해 직접 LP를 구매해 음악을 감상하며 디자인을 음미하는 복고적 유행 또한 일어나고 있는데,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 같은 영화가 내달 1일 개봉한다. <힙노시스: LP커버의 전설>은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 등 유명 뮤지션의 음반 커버를 작업한 영국의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계 없는 아이디어로 <The Darkside of The Moon>, <Wish You Were Here>, <Dirty Deeds Done Dirt Cheap> 등 유명 LP 커버를 만들어낸 힙노시스의 비결은 바로 밴드나 음악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디자인이었다. 음악에 대한 직관적인 메시지 전달이 아닌 실험적인 이미지를 나타냈다. 밴드의 얼굴과 앨범명은 드러내지 않고 하나의 영감을 제공하는 이미지만 뚜렷하게 표현할 뿐이었다. 록 음악의 부흥기였던 1970년대 든든한 지원이 곧 창작의 영감으로 연결된 것이었다.
힙노시스의 디자이너 오브리 파월은 당시의 초현실적인 도전을 회상하며 많은 지원이 있었기에 스턴트맨에게 불을 붙일 수 있었고, 벌거벗은 아이들이 북아일랜드의 자이언트 코즈웨이를 기어오르는 커버를 만들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동시에 포토샵으로 생긴 최근의 변화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과거 앨범 커버 하나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평균 3~6주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현재는 반나절 만에 대중에게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할 수 있는 앨범 커버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파월은 이 부분에 대해 자신 또한 포토샵을 활용해 작업을 진행하기에 현재 방식에 대한 불만은 없으며, 힙노시스의 작품들이 현재까지 많은 대중에게 회자된다는 것이 아주 의미 깊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2016년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에서는 몸에 불이 붙은 남자가 악수를 건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힙노시스가 디자인한 <Wish You Were Here>의 커버를 오마주한 것이다.
영화는 록 음악의 부흥기 시절 힙노시스의 모습을 조명하며 디자인 스튜디오로써 발돋움하는 과정을 그린다. 폴 매카트니, 노엘 갤러거 등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 뮤지션들이 당시를 그리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한계를 뛰어넘는 영감을 이야기한다. 힙노시스의 광팬으로 알려진 배우 콜린 퍼스가 주도적으로 제작에 참여했으며 사진작가 출신 안톤 코르빈이 감독을 맡아 당시의 솔직한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해 4,000점에 달하는 아트워크 이미지를 수집하는 등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힙노시스: LP커버의 전설>은 전설적인 뮤지션과 그들이 만들어낸 음악을 품어내는 힙노시스의 앨범 커버에 대한 역사를 한 꺼풀 풀어내는 흥미로운 여정을 통해 관객에게 록 페스티벌과 같은 흥미진진함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5월 1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