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노동’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보면 완전히 상반되는 단어로 여겨진다. 생계를 위한 노동과 나를 드러내는 예술은 겉보기에도 다른 개념이고 실제로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해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는 보기 힘들다. 하지만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고 밤에는 캔버스 앞에 앉아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붓질과 노동으로 공명을 만들어내는 ‘이만우’ 작가다.
붓을 잡고 더 넓은 세계로
공주에서 태어나 농사일에 관심이 많았던 집안에서 자란 이만우 작가는 자신이 예술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이 선생님의 도움과 고모와의 일화라고 밝혔다. 어릴 적 미루나무길을 수채화 물감으로 화려하게 표현하는 고모의 모습을 보며 영감을 받았던 작가는 당시의 경험이 서양화를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만우 작가는 서양화를 그리며 영감과 원동력을 준 스승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때를 그리는 듯했다. 목원대 대학원 석사과정에서의 김홍주 교수의 영향으로 ‘일로써의 작업’이라는 개념을 이해했으며 김동유 화백의 미술부 생활을 하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했다. 또한, 임동식 화백과의 경험을 통해 작품을 다각적으로 보는 모태를 배울 수 있었으며 이는 현재의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끼쳤고 올곧이 그림에만 집중하는 원동력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예술과 노동, 붓으로 그린 일상생활
이만우 작가에겐 앞서 언급했듯 아주 특별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노동과 예술을 함께하는 작가라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작가는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며 예술을 하는 것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노동뿐 아닌 예술과 그림을 그리는 것 또한 일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모든 면을 예술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다. 이만우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마저도 노동 현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일상생활을 하듯 그려지는 모든 행위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붓질’, 예술 활동을 할 때 느껴지는 희열과 집중도가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가는 노동과 붓질을 비교한다면 육체적으로 붓질이 더 힘들다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노동은 땀 흘려 성과와 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예술은 항상 자신을 따라다니고 잠을 잘 때도 그것이 생각난다고 했다.
쌓이는 눈처럼 미완성인 예술
이만우 작가는 창작 과정에 있어 관심을 두는 화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눈이 오는 겨울철을 예시로 들었다. 겨울철 층층이 쌓이는 눈은 얼기도 하고 녹기도 하며 다양한 이미지와 감정을 나타낸다, 그런데 그림을 ‘완성’한 후 돌아보지 않는 경우 그림은 변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남아버린다. 작가는 이에 대해 작업 과정은 ‘ing~’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느 순간에 다시 그림을 펼쳐봤을 때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고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림이 지속해서 리터치 되고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붓질이 작가는 아주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이어가듯 작가의 작품은 수많은 붓질을 통해 이뤄지는데 붓질이 많아질수록 평온해지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오로지 작품에 집중할 수 있어서 그것에서 오는 희열, 30분, 1시간 등 시간이 지나며 흘리는 땀과 심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만우 작가는 잡념이 사라지는 그 순간을 위해 작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삶에 최선을 다하니 일이 예술이 되었다
이만우 작가는 단순히 캔버스에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만이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노동을 통해 깨달았다고 했다. 생계 때문에 노동을 시작할 때 역설적으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자책하는 적도 있었는데, 그것을 다른 예술로 전환하는 사고를 발견하며 생각이 전환되었다고 한다. 붓과 물감뿐만이 아닌 반 입체적인 건축 작업을 통해 흥미를 느꼈고 그 자체에서 진행되었던 작가의 설치미술 작업인 [일이 예술이 되었다]이다. 이어서 ”단순히 작업실 방이 작업실 방이어야 하나?“ 라는 의문 또한 표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 또한 예술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현장과 작업실 모두 동일 선상에 있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분기점이라고 밝혔다. 사람의 소화작용처럼 노동 과정이 작품에 배어 시도할 수 있는 예술의 폭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붓질과 재조합으로 하나의 화면을 만들다
이만우 작가는 전시를 앞둔 자신의 작품들을 하나씩 소개했다. 2008년 제작한 [논바닥 풍경]이라는 작품의 경우 기존 작가들은 하나의 화면에 하나의 이미지를 그려냈는데, 그 부분을 각각 사진 촬영 등으로 재조합해 하나의 화면으로 창조했다.
이어 소개한 [날아간 홀씨]라는 제목의 작품은 줄기가 올라와 피어진 홀씨가 날아갔을 때의 순간을 그린 작품으로 가슴을 울렸던 기억이 있는 작품이라 말했다.
세 번째는 최근작인 [벚꽃 나무에 핀 눈꽃]이라는 작품으로 기존 작품들은 사진과 이미지를 재편집해서 화면을 보여주었는데, 그 이상으로 작품을 가까이 봤을 때와 떨어져 봤을 때 다른 감상을 준다고 밝혔다. 붓질의 터치와 감에 따라 마치 추상화를 보듯 다르게 표현되는데, 어떤 구상이나 의미보다는 보는 거리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 번째 작품은 [황금 볏짚에 들어온 그림자]로 어릴 적 농사짓던 기억을 바탕으로 농조화 시리즈를 그렸는데, 황금벌판에 그려진 벼 이삭이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이를 촬영했을때 자화상이 그려지는 느낌이 그려진다고 밝혔다. 단순히 얼굴을 그리는 것만이 자화상이 아닌 땀흘려 수확한 농산물이 자화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다섯 번째는 [저녁산책길에 본 이름 모를 꽃]이다. 1, 2시리즈로 이어진 해당 작품은 겨울에 난로에서 땐 소나무 재를 베이스 작업해 잿물을 내려 그린 그림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제목인 ‘이름 모를 꽃’이란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닌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의도를 밝혔다. 씨앗에 맺힌 부분이 응어리를 얹혀놓은 느낌이었지만 그 옆 노랗게 핀 꽃이 희망을 주는 계기로 느껴져 작품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로 인해 식물들을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만우 작가는 [눈이 쌓인 만큼 그리다]라는 작품을 추가로 소개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었다. ‘눈이 쌓인 만큼 붓질을 한다’가 주요 주제인 작품은 쌓인 눈만큼 작품에 붓질하는 것이 주요 특징으로 ‘붓질’과 ‘노동’이라는 주제가 공명해 작품을 관람할 때 작가의 의도나 작품 이해에 새로운 관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만우 작가는 예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렵다는 듯 웃으며 ‘일’이라는 뜻을 밝혔다. 노동과 예술을 동일 선상으로 생각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비전을 만들 수 있다는 의도의 대답이었다. 이만우 작가의 ‘일’, 흘리는 땀만큼 움직이는 붓질이 구성하는 이미지는 관람객에게 노동과 예술 사이 뜨거운 예술 정신의 공명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